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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 정체성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조상에 대한 관심은 동양에서 더 높을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자신의 뿌리 찾기는 미국인을 비롯한 서양 사람들에게도 전혀 낯선 것이 아닙니다. 특히 가계도를 갖춘 집안이 거의 없는 미국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최근에는 족보에 관심을 두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나긴 역사를 가진 우리의 족보는 한 가문의 계통과 혈연 관계를 체계적으로 나타낸 책으로 동일 혈족의 원류를 밝히고 혈통을 존중하며 집안 계승을 명예로 삼는 한 집안의 역사책입니다.
우리나라의 족보는 세계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잘 발달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외국에도 족보학회나 심지어는 족보 전문도서관이 많지만 우리처럼 각 가문마다 문헌으로 엮어 2000년 가까이 기록해 온 나라는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의 계보학 자료실에는 600여 종의 13,000여권의 족보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 분량만 보더라도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계보학의 종주국으로 일컫는 이유를 알 수 있죠. 우리 역사 속에서 족보는 집안의 보물로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왔으나 최근에는 의미를 크게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해외에서는 오히려 족보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데요.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35년 이상 한국학을 개척하고 발전시킨 에드워드 와그너 박사는 한국학을 연구하면서 족보에 대한 연구를 새롭게 재조명한 학자로 평가받습니다.
와그너 박사는 족보에 나타난 문과 급제자를 통해 유력 문중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이는 각 문중들이 어떻게 역사를 이루어 나갔는지 기록이 족보에 충실히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냈죠.
유득공은 '발해고'를 편찬하면서 족보인 '만성통고'와 '영순태씨 족보' 를 참고 자료로 삼았고 이기백 교수는 신라 말기에 사병 문제를 연구한 '신라사병고'를 발표하면서 흥양이씨 족보를 역사적 자료로 활용해 족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바 있습니다.
가문의 형성과 발전 과정의 기록을 하나의 단서로 삼아 숨겨진 역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족보는 금전적, 문헌학적, 서지학적, 사회학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미국 ABC 방송은 족보가 없는 미국인들을 위해 인터넷을 활용해 자신의 가계를 찾는 족보 만들기 사이트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이트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인구조사가 행해진 1790년부터 1930년까지의 인구 조사 자료와 출생신고서 등 방대한 정부 자료를 모두 입력해 조상 찾기를 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 한 것인데요.
이 사이트에 따르면 헐리웃 배우 톰 행크스의 4대조 할아버지는 링컨 대통령 부부와 친척 간이며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과 가수 마돈나는 10촌 관계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두 사람은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들의 조상은 17세기 캐나다 퀘백으로 이주한 프랑스인이었다고 합니다.
배우 스칼렛 요한슨 역시 자신의 족보를 찾다가 외증 조부가 홀로코스트에 희생됐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유대 명절에 참여했지만, 자신의 정확한 뿌리는 몰랐던 것이죠. 이런 사실이 밝혀지며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미국인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는 연간 200달러의 이용료를 내고 자신들의 조상을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에 해외 네티즌들은 한국에는 각 집안마다 족보가 있어 조상을 쉽게 알 수 있으니 부럽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제이미 정은 영화 '에덴의 선택' 과 '행오버'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헐리웃 배우로 최근 인기 드라마 '덱스터'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방송에서 자신의 족보를 처음으로 보게 된 제이미 정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데요. 방송은 족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한국인의 뿌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었는지 전달해 해외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제 가족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뒤집혔어요. 배우 제이미 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랐습니다. 제이미는 아버지가 젊은시절 한국에서 이민 온 것을 알았지만 그 이외에는 전부 미스터리였습니다. 우리는 그 미스터리를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제이미의 할아버지에 집중했습니다.
이민서류에 따르면 그는 73세에 비자를 신청했으며 영어는 전혀 못했습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감정이나 향수병에 대해서 알았나요? 아뇨 저희집에서는 그런 얘기 안해요. 자존심이 강해서 많은 것을 혼자 삭이는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죠.
이분들에 대해 알아보던 중 조사자들은 곧바로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제이미 할아버지 고향은 초현리였으며, 20세기초에 그곳을 떠났는데 초현리는 굉장히 외딴 시골이었습니다. 그의 가족에 관한 기록은 전혀 없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뿌리를 찾기 매우 어렵지만 그의 이민 서류에 할아버지는 본관을 청산으로 적었고 그것이 문을 열어줬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2천년이상 문중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계보책인 족보를 보관하며 청산 문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들 정주현 생년월일 1876년 10월 22일, 생년월일 1926년 4월 2일 아들 정준화, 제 증조할아버지예요. 와~ 이미 200년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1841년 태어난 조상님으로 말이에요. 와, 처음들어보는 이름이에요. 날짜도 굉장히 놀랍고요. 저희 가족에게 족보가 있다는 것도 믿을 수 없네요. 저희 역사가 그렇게 먼 과거까지 이어져 있다니 상상도 못하겠어요.
제이미의 역사는 훨씬 더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청산문중의 족보는 제이미 아버지의 부계 조상을 18대 선조 할아버지까지 알려줍니다. 정금강이라는 분이죠.
그는 1300년대에 태어났으며 족보에 따르면 ‘시중’이 었다고 합니다. 시중이 뭔지 아세요?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하인이랍니다. 하지만 이 맥락에서는 정금강님이 정부의 고위직을 맡았다는 뜻이죠.
저희가 자문을 구한 학자들의 말로는 이 직위는 부총리와 비슷한 매우 명예로운 것이라고 해요. 제이미의 조상님은 국가고시를 통해 이 높은 직위에 올랐을 겁니다. 정부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이 여정이 서기 14세기부터 농촌마을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토니스 햄버거를 파는 식당으로 이어져 제이미 에게로 다다른 과정이 어떻게 느껴지나요?
제 가족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뒤집혔어요. 제 가족의 역사를 보는 관점이...조상의 이야기를 밝혀내는 과정은 우리가 변화하는 경험입니다. 우리자신, 우리가족, 우리가 함께한 역사를 보는 시각을 변화시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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